2025 Mar. 신경아 | 2448 아트스페이스

전시 기간: 2025.3.12 ~ 3.26

봄바람

– 아이보리얀 신경아 초대전

2025.03.12 – 03.27

[여는 글]

봄바람이 머무는 자리

어느덧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차가운 공기를 밀어내며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 가지마다 소리 없이 피어나는 꽃눈, 반짝이는 새싹. 봄은 그렇게 우리 곁에 온다. 시시각각 변하는 색과 온도가 그 어느때보다도 드라마틱하지만, 동시에 우리 곁에 머무는 시간이 결코 길지 않은 계절. 이 찰나의 계절의 색과 빛, 무엇보다도 넘치는 생동감을 화폭에 담아낸, 아이보리얀 신경아(이하 아이보리얀) 초대전 <봄바람>을 2448아트스페이스 1관에서 개최한다.

계절을 그린다는 것은 그 계절만이 가진 햇살의 결, 온도, 그리고 그로 인해 변화하는 우리의 심리를 담아내는 일이다. 봄은 기다림 끝에 찾아오는 계절이며, 깨어나는 생명들이 경이로운 한편,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이 속절없는 때이기도 하다. 아이보리얀의 그림은 이 찰나의 아름다움을 포착하여, 계절의 서사로 담아낸다. 이 계절에 만날 수 있는 동식물, 식탁에 올라오는 먹거리가 저마다의 색채를 뽐내며 생명력을 자랑한다.

작가는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동양화 기법을 흡수하며 자신만의 표현방식을 구축했다. 한지를 여러 번 겹친 후 그 위에 유화로 작업하는 방식은 작품에 독특한 깊이를 더한다. 겹겹의 한지 층에 스며든 유화 물감은 선명한 색감을 유지하면서도 마치 수묵이나 수채화처럼 물을 머금은 듯 촉촉한 질감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섬세하게 물감 입자를 흩뿌린 듯 가볍고 부드러운 조형성을 더해 계절의 생명력과 서정성을 한층 풍부하게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크게 세 개의 시리즈를 선보인다. 먼저, ‘계절의 열매’ 시리즈는 사과, 딸기, 복숭아, 옥수수 등 계절을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과일들을 소재로 삼는다. 짜면 그대로 즙이 흘러나올 것 같은 탐스러운 열매를 새초롬하게 올리고 있는 접시와 단정한 식탁보, 일상의 기물들. 차분한 구성 속에서도 선명한 색감이 살아나며, 여백과 공간감을 활용하는 방식은 한국화의 영향을 떠올리게 한다. 두 번째, ‘개구리’ 시리즈에서는 휘영청 밝은 보름달 또는 꽃을 배경으로 물을 차며 뛰어오르는 개구리가 등장한다. 개구리의 생동감 넘치는 움직임은 마치 아이의 천진난만함을 연상시키며, 작가가 애정을 담아온 소재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봄바람’ 시리즈는 한국화의 화조화(花鳥畵)의 재해석이라 할만한 작품들로, 자연의 리듬과 생명의 조화를 담아낸다. 탐스럽게 꽃망울을 틔워낸 모란, 튤립, 팬지 사이에 자리잡은 유리딱새는 계절의 싱그러움을 드러낸다.

아이보리얀과 2448아트스페이스의 만남은 2년 전 겨울로 거슬러 올라간다. 붉은 커튼을 배경으로 힘차게 날아오르는 작은 파랑새 그림 한 점을 계기로 시작된 인연은 네 번의 계절을 더 지나 초대전 <봄바람>으로 결실을 맺었다. 그 사이 작가는 첫 그림책 <여름비>를 출간하며, 고등학생 시절부터 꿈꿔왔던 그림책 작가로서의 길을 함께 열기도 했다. 대한민국 스승상을 수상할만큼 헌신적인 교육자이기도 한 그는 예술가, 교사, 엄마라는 여러 역할을 그의 온 삶에 조화롭게 통합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나의 자아가 또 다른 자아를 밀어내지 않고 “스스로 속한 모든 공간과 시간에 애정을 담아 바라보려는” 그의 작품들은 그의 심성만큼이나 맑고, 그 마음만큼 단단하다.

박지현 (갤러리스트, 2448아트스페이스)

[전시 정보]

2025년 3월 12일(Wed) ~ 3월 26일(Wed)

2448아트스페이스 I관 (강남구 논현로24길 48)

화-토 11am – 5pm (일 월 휴무)

02.554.6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