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의수
하의수 (Ha Eui Soo)
«의자, 책상, 꽃, 꽃병, 새, 바람…»
하의수의 최근 주요 소재이다. 지극히 평범한 소재들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평범한 일상 소재를 찾을 수 있었다면, 작가는 지체 없이 그 소재를 그렸을 것이다. 작가는 ‘캔버스’보다 우리 일상에 더 친숙한 ‘종이’를 사용하며, 무채색의 유화드로잉, 혹은 연필로 그린다. 무엇인가를 그린다고 할 때, 우리에게 ‘종이와 연필’보다 더 친숙한 마티에르는 찾기 어렵다. 이보다 더 친숙한 소재를 발견할 수 있었다면, 작가는 아마 지체 없이 이러한 마티에르를 사용했을 것이다.
예술가의 예술행위란 사물과의 대화를 끊임없이 화폭에 시도하는 일이다. 그 사물이란 움직이는 것일 수도 또 그렇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평생을 벗은 누드와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어떤 화가는 돌과 이야기 하며, 물방울과 이야기 한다. 또 어떤 화가는 추상적인 조형의 세계 속에 묻혀서 그 자체를 노래한다.
하의수도 그러한 대화를 끊임없이 화폭 자체에서 시도하는 작가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그의 대화법은 여느 작가와 좀 남다른 데가 있다. 스스로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화면 속에서 그네들끼리 대화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들만의 대화는 화면 속에 등장하는, 예를 들면 의자와 새 혹은 새와 꽃 같은 그런 대화이다. 우리는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수도 없거니와 해독 할 수도 없다. 그러나 하의수는 처음 그러한 대화법을 보여 주었고 그의 재료와 형식들은 주로 판화로 시작했다.
보시다시피 그는 화면에서 철저하게 군더더기를 배제한다. 색채도 한두 가지 색으로 완결하는가 하면, 자른 납 재료로 몇 개의 일정한 선을 만들어 화면에 부착한다.
주제도 꽃 혹은 나뭇가지 상징화 되고 패턴화 된 새가 화면의 전부이다. 구상회화의 인상을 가지면서도 실제 그의 종이나 캔버스의 평면은 미니멀 회화를 감상하는 듯한 최소한의 어법에 사물들 관계를 스토리로 만들어 놓는다. 그것이 그가 말하는 스토리로서 다름 아닌 관계론이다.
여기 그의 화면에 수시로 등장하고 비상하는 한 마리의 새가 날개를 펴고 있다. 그 새는 근처 가까운 책상이나 혹은 의자를 향하여 공간에 잠시 멈춰서 있다. 비록 멈춰 있지만 이러한 구도는 사물들에 어떤 감정이입을 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지상과 현실에 존재하는 일상적인 관계의 부조리. 의자와 새들이 나누고 있는 설정은 어쩌면 그에게 주어진 아름다운 고민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그는 그러한 일상적 관계가 현실에서 불가능 하지만 꿈속에서 가능 한 아니 그러한 관계가 가능하다고 그림들은 들려준다.
자연과 사물을 보고 두 가지 대화를 상상하는 작가의 시각은 그래서 유혹적인 끌림이 있다.
예를 들면 침묵하고 놓여있는 꽃이나 의자 책상 등을 보고 한 마리의 비상하는 새가 뿌려 놓는 화법, 그 날아다니는 것과 고정 되어 있는 것과의 관계를 바라다보는 작가의 순수한 눈빛과 시선, 지상에 두 발을 디딘 채 삶을 영위하는 인간에게 늘 다른 세상의 이야기로 꿈을 꾸게 하는 그는 그래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화폭속의 새와 다르지 않다.
통영이 낳은 시인 김춘수의 시처럼, 하의수는 꽃에게 다가가 꽃이라고 불러주면 비로소 꽃이 되고 의미가 되는 그런 순결한 통영이 낳은 또 하나의 화가가 되었다.
1957년 경남 통영 출생
전문학력
경성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졸업
同 대학원 미술학과 졸업
개인전
1991 다다갤러리(부산)
1996 다다갤러리(부산)
1999 송하갤러리(부산)
2000 가인예술촌(밀양)
2001 갤러리 槍 초대전(동경)
2004 도시갤러리(부산)
2005 갤러리 몽마르트르(부산)
2010 베르사이유대학 전시실(베르사이유)
2010 생망데시청 전시실(생망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