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희
임은희
창문을 열어 놓는 시간이 길어졌다. 대각선으로 통하는 창문과 창문사이로 오가는 바람이, 확연이 봄 냄새를 달고 있다. 앞산 산등성이를 타고, 아마도 앞산 끝자락인듯한 동네의 낮은 산을 거쳐, 안방 창문으로 들어온 바람이 작은방 창문을 통해 빠져 나간다. 어제 저녁부터 나폴 거리는 집안의 미세한 먼지도, 잠시 우울했던 기분도 함께, 더없이 상쾌한 봄바람이다.
산언저리에,군데군데 분홍색 무더기들이 널려있다. 벌써 진달래가 피었다. 팔을 죽 뻗어 진달래향기를 한 웅큼 잡고 싶다는 충동이 들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산. 나지막하고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 사람들이 가벼운 등산로로 즐겨 찾는다.
두 해전쯤, 가족과 함께 산에 오른 적이 있다. 음료수와 간단한 간식거리를 작은 배낭에 챙겨 넣고 집에서부터 산까지 걸어서갔다. 큰 도로를 건너서 넓은 공터와 잡초가 우거진 텃밭을 지나면 곧장 산으로 향하는 길이 나왔다. 집에서 봐도 선명하게 하나의 선으로 나있는 그 길은 뜻밖에도 사람들의 발길로 다져진 길이 아닌 계단으로 된 길이었고 산꼭대기까지 이어져 있었다.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산의 일부분에 인위적인 장치를 한 것이 웬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어린 아이들이 어른의 도움 없이 총총,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보고 이내 그 느낌은 수그러들었다.
그날도 진달래꽃이 만발했다. 유년시절 할머니가 꺾어 오신 진달래꽃을 가슴 가득 안아본 이후 처음으로 진달래꽃의 향취를 흠뻑 만끽 할 수 있었다. 예전에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꽃잎 하나를 입에 넣자 할머니 냄새와 유년의 냄새가 입안에서 오물거렸다. 아이가 “어떻게 꽃을 먹을 수 있어요?” 하며 신기한 눈빛으로 묻더니 꽃잎 한 장을 떼어내 입에 대보곤 이내 뱉어 버린다. 도심 속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기란 쉽지 않지만 아이가 자랐을 때, 진달래꽃을 먹은 기억은 없어도그 시간이진달래꽃을 만난 아름다운 순간으로 남아 추억이 되기를 바랬다.
산을 내려오는 사람, 올라가는 사람, 사람들 손에는 분홍색 봄이 부채처럼 들려있었다. 진달래꽃 무더기 앞에 ‘꽃을 꺾지 마시오.’라는 푯말이 비스듬히 꽂혀 있었지만 자지러지는봄, 혹은 유년의 향수를 채집 하겠다는 사람들의 마음은 막을수는 없는듯했다.
눈부신 봄이 왔다. 늘 같은 모습으로 우리 곁에 돌아오는 봄이지만 늘 같은 마음으로 봄을 맞이하지는 않는다. 해마다 세운 계획이 다르고 날마다 세상 물정이 바뀌듯이, 올해의 봄은 또 올해에 펼쳐질 또 다른 설레임으로 다가온다.
아직도 움츠린 어깨로 위축된 봄을 맞고 있다면 가까운 산에 올라 진달래꽃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마음 한 가득 진달래꽃을 들여놓고 그리운 유년의 냄새와 약동하는 봄기운으로 일상이 더욱 풍성해지도록. 여름이 두 팔을 걷어 부치고 진달래꽃을 거두기전에 말이다.
by 나쁜꽃밭
계명대학교 동양학과 졸업
개인전
화랑미술제 (예술의 전당, 서울)
화랑미술제 (벡스코)
한국 국제 아트페어 (코엑스, 서울)
대구 아트페어 (엑스코)
대구 화랑협회전 (수성아트피아)
한일 조형 언어교류전 (대구 학생 문화센타)
타이페이 아트페어 (무역센타, 대만)
아시아 오픈 아트페어 (부산문화회관, 부산)
중국 천진미술원초대전 (중국)
미사랑 1+1전 (울산문화회관, 울산)
전북 교류전 (전북)
대구 현대미술의 방향과 흐름전 (오프라갤러리, 서울)
디자이너와 화가의 만남전 (한국 패션 센터, 대구)
한일 여성 작가 교류전 (히로시마 미술관)
전국 여류작가 100인전 (문화예술회관, 대구)
대구 아트엑스포 (문화예술회관, 대구)
현재- 묵소회, 단묵회, 계명 한국회화회, 미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