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호
유종호 (Yoo Jong Ho)
경기도 양평 깊은 산골에 그의 작업장이 있었다. 그것도 넓은 평지가 아니라 가파른 언덕에 마당이라고 하기에도 좁은 곳이 그의 작업 공간이었다. 조각가 인생이 이렇게 험난할까 싶기도 했지만 맑은 유종호 작가의 얼굴을 보니 꼭 그렇게 생각할 것도 아닌 듯싶다. 하긴 그가 입으로는 조각가의 길이 어렵다고 말한다. 척 보기에 유종호는 소위 ‘전업작가’ 라고 말하는 작품을 만드는 일 이외에는 다른 일은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자신의 영혼을 묵직한 정으로 깎아내며 온 몸으로 노동을 해야 하는 조각가가 어찌 세상에 대한 불만이 없을까마는, 그는 여전히 작업을 놓지 못하는 것 같다.
그는 화강암이나 마천석 혹은 대리석으로 이네를 조각한다. 그의 작품은 체를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어떤 가식도 없다. 말 그대로 나이브한 돌조각이다. 형태를 매끄럽게 다듬거나, 정으로 쪼아 난 흔적을 없애거나 하는 일에 힘쓰지 않는다. 무심하게 돌 속에 숨어있는 자신의 심상에 존재하는 형태를 쫓아 정과 망치를 움직인다. 그렇게 움직여 낸 작품은 전혀 인위적이지 않다. 인체를 인체답게 만들거나, 아니면 더 아름답게 과장하거나 혹은 특정 부분을 세밀하게 묘사하거나, 아니면 손발을 생략하거나 하는 일은 없다. 말 그대로 있을 건 다 있지만 가공한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 투박한 작품이다.
이런 비유가 첨단으로 발달한 매체의 현대사 혹은 특별하게 회자되는 이슈가 없는 현대미술계에서 적합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유종호의 작품은 토속적인 미적 감각을 봉ㅕ주고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토속적이라고 하는 것은 번지레하거나 치장이 넘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지금은 거의 잊혀진 우리의 옛 풍경들, 초가집과 그 곳을 채우고 있는 다듬지 않은 물건들, 세속의 때가 묻지 않는 사람들과 그들이 사용하는 도구들 이런 것을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유종호의 조각 작품을 토속적으로 여기게 하는 것이다.
하긴, 요즘 어느 조각가가 바람불고, 비오고, 눈 오는 한데서 망치와 정을 들고 조각을 할까. 뜨거운 태양 아래 넓은 챙 모자를 쓰고 구슬땀을 흘리며 망치소리에 즐거워 조각을 할까. 눈 내리는 흐린 하늘 아래에서 이리저리 돌아가며, 부지런히 망치와 정을 놀려 남들이 잘 보아주지도 않는 작품을 만드는 작가의 외로운 영혼을 우리는 외면한다. 소위 현대조각이라는 말로 조각이 아니라 조형물이 난무하기 시작한 때가 한참이나 되었다. 조형물만 남아있는 시대에 만든다는 노동의 의미가 진하게 베어있는 조각은 점점 보기가 어려워졌다. 세태가 그런 걸 어찌 하겠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조각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힘과 미적 감각이 퇴화된 것은 앞으로의 진보가 아니라 후퇴이다. 모든 일에는 기본이 있고 바탕이 있어야 하는 법. 바탕이 없는 기술은 비약적인 진전이 어려운 법이고, 기본이 없는 일은 언제나 사라질 운명에 처하기 마련이다.
1988 Ecole seperieure des arts decoratifs de Srtasbourg/ France
1983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미술과 조소전공
개인전
2011 7회 개인전, POSCO 미술관
2010 6회 개인전, Baum Art Gallery
2008 5회 개인전, 샘터 화랑
2003 4회 개인전, 예맥 화랑 1994 3회 개인전, 박여숙 화랑, 샘터화랑
1991 2회 개인전, 박여숙 화랑
1989 1회 개인전, 박여숙 화랑루아트스페이스,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