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만 초대전 ‘Take me Home, Country Road’
2017.04.19 – 05.06
강지만 작가 소개
강지만-일상에서 눈 뜨고 꾸는 꿈
강지만의 그림은 시골 생활에서 겪는 여러 상황들, 그리고 그곳에서 관찰한 것들에 자신의 환상, 꿈 등을 슬쩍 포개어 놓았다. 그것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동선에서 잡힌 풍경이자 그 안에 작가가 부풀려낸 환상이거나 소박한 소망이의 이미지다. 전원에서 보내는 한적하고 호젓한 생활의 편린이 감촉되는 그림은 정겹고 따뜻하다. 마당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는, 여유 있는 오후의 시간이거나 논둑길을 강아지, 고양이와 함께 거니는 장면 혹은 어두운 시골길에 손전등에 의지해 개와 함께 산책을 하는가 하면 해바라기가 가득 핀 마당에서 강아지를 목욕시키는 장면, 적막한 한 낮의 시간에 할머니와 스치며 지나치는 풍경, 부인과 함께 자신이 기르는 개, 고양이들을 태우고 운전을 해 어디론가 여행을 가거나 거친 바람을 맞으며 스쿠터를 타고 질주하는 모습 등이 그가 보여주는 그림들이다. 마치 일러스트레이션이나 만화, 혹은 삽화처럼 그려진 이 그림은 작가만의 독특한 캐릭터, 유머, 이야기 등을 풍성하게 드리우고 있다. 무엇보다도 얼굴을 몸에 비해 과도하게 크게 설정해 그리고 그 안에 풍부하고 재미있는 표정을 얹혀놓았으며 상대적으로 작은 손과 발이 보여주는 특별한 동작 등이 그림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실세계의 예민한 관찰로부터 파생된 이미지들은 작가의 심성 속에서 필터링 돼 새로운 주인공의 형상을 빌어 다시 출현하고 재구성된다. 지난 과거의 시간을 호출하고 그 이미지를 각색해 또 다른 세계를 가설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지난 시간의 상황들이 다시 재구성되고 고정된 이미지를 통해 영원히 봉인된 것이기도 하다. 그러자 사라진 순간의 추억, 기억이 매력적인 이미지로 응고되었다. 우리 모두는 특정한 시공간 속에서 일어나는 알 수 없는, 우발적인 사건 속에서 삶을 지속하고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산다. 그 하루하루가 생의 지도를 그린다. 작가는 자신의 하루, 일상의 어느 한 장면을 대상으로 해 그것을 모종의 감성적인 ‘씬’으로 제작해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인양 보여준다. 자기 삶에서 본 것들을 채집/수집하고 그것을 기억, 분류한 후 그것을 이상적인 하나의 장면으로 구성한다. 결국 작가의 그림은 자기 몸 밖의 사태/사건에 대한 끊임없는 반응과 감응의 이미지화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도 있다.
보르헤스가 말하듯 예술은 하나의 인공적인 꿈이다. 그것은 ‘눈을 뜨고도 꾸는 꿈’이기도 하다. 작가는 주어진 현실계에서 행복한 어느 한 순간을 간절히 추억하고, 기억하고 이를 채집해 화면위로 호명한다. 그러자 지난 시간의 한 순간이 새로운 몸을 빌려 환생한다. 그곳에는 소멸된 시간이 불멸하고 지난 시간이 다시 역류하여 흐른다. 다시 그 시간은 유머와 해학성으로 단장하고 현실의 고단함과 온갖 근심을 망실시키며 따뜻하고 아름다운 동화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찰나적인 어느 순간을 영원히 응고시키며 나앉아 있다. 격렬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은 이처럼 지난 시간을 하나의 결정적인 이미지로 일으켜 세워 시간에 저항해왔다. 동시에 작가는 단지 지난 시간을 박제화하기보다는 지난 시간에 개입해 또 다른 상황을 덧입히면서 시간의 흐름, 기억의 흐름을 역류시키는 모색도 시도하고 있어 보인다. 바로 그 점이 향후 작업에 있어서는 매우 의미 있는 지점이 될 것 같다.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가)